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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폴트’의 도입부를 제시하기 위한 몇 가지의 사례들 ‘디폴트’의 도입부를 제시하기 위한 몇 가지의 사례들 권시우 “기믹은 죽었다.” 김효재는 OS에서의 개인전 《디폴트Default》 이후, 앞선 문장을 작업 내외에서 거듭 주지한다. 이때의 ‘기믹’이란 서브컬처에서 파생된 용어로, 대개 특정한 캐릭터에게 부과된 인위적인 정체성을 의미한다. 즉 해당 캐릭터는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기보다, 작중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클리셰로 제시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클리셰에 섣불리 (과)몰입하지 않으며, 단지 관객/소비자와 (창작자가 구현한) 캐릭터 간의 합의된 관계를 토대로 ‘기믹’을 유희적으로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철저한 메소드와는 거리가 먼 유희의 방식은,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한 지금의 상황에 충분히 부합한다. 이를테면 사용자는 자신과 연계된 가상의.. 공감수 0 댓글수 0 2020. 9. 17.
  • 오디오 비주얼에 대한 가설 (1) – 의사-지지체로 작동하는 ‘이미지’ 오디오 비주얼에 대한 가설 (1) – 의사-지지체로 작동하는 ‘이미지’ 권시우 오디오 비주얼이란 무엇인가? 오디오 비주얼은 본래 실황으로 진행되는 사운드 작업과 그것의 전개를 임의적으로 시각화하는 영상 작업의 협연을 의미한다. 협연이라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오디오 비주얼 형식의 작업 대다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준수하며, 그런 의미에서 (특정한 작업에 내재된 개념적인 레이어들과 무관하게) 무엇보다 다채로운 감각을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오디오 비주얼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편의적인 수사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는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지난 2016년에 발간된 영상 비평 전문지 1호의 주제는 “오디오비주얼 리서치, 지식과 감각 사이에서”인데.. 공감수 0 댓글수 0 2020. 5. 29.
  • 현상학적 미술관 - 차가운 콘크리트와의 포옹을 갈구하며 현상학적 미술관- 차가운 콘크리트와의 포옹을 갈구하며 전민지 * 본 원고는 『건축평단』 2017년 여름호에 수록된 원고를 재게재한 것입니다. 1. 어려운 것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고, 딱딱한 것은 누구에게나 탐탁지 않다. 어려운 동시에 딱딱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2. 그러한 존재를 몇몇 꼽아보자니, 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술관에 첫 발을 디딜 때, 게다가 그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할 때 오는 무력감을 생각해보자. 그것은 분명 반갑지 않은 생경함이 아닌가. 공간 속에 무언가 담아내는, 또는 담아내야 하는 건축물의 필수불가결한 특징을 차치하고서라도 둘 이상의 예술 장르가 각자의 길을 잃지 않도록 서로 다른 평행선을 타야하는 미술관의 본질은 당황스러움에 빠진.. 공감수 0 댓글수 0 2020. 5. 27.
  • 남화연, 《마음의 흐름》에 대한 단상 : 에세이, 무빙 이미지, 노스텔지아 남화연, 《마음의 흐름》에 대한 단상 : 에세이, 무빙 이미지, 노스텔지아 권시우 〈사물보다 큰〉 설치 전경 남화연의 개인전 《마음의 흐름》은 분명 최승희라는 ‘과거’의 안무가를 중요한 전제로 삼지만, 그녀에게 쉽사리 종속되지는 않는다. 특히나 전시장의 2층에 설치된 영상 작업 〈사물보다 큰〉(2020)에서 최승희의 존재는 묘연하다. 해당 작업은 남화연과 (일본에 상주하고 있는 작가의 친구인) 히로후미가 주고 받는 서간 왕래를 토대로 전개되는데, 정작 서간의 내용에서 최승희를 언급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잠깐 앞선 문장에서의 “언급”이라는 표현에 주목해보자. 즉 최승희와 관련된 ‘이야기’는 작중의 내레이션의 일부일 뿐, 결코 이미지 차원에서 구현되지 않는다. 일종의 파노라마처럼 연결된 4채널.. 공감수 13 댓글수 1 2020. 5. 17.
  •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절반의 마법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절반의 마법 황재민 전시 《Vera Verto: Why are Digital Kids Painting Again? Because They Think It’s a Good Idea》 포스터 전시 《Vera Verto: Why are Digital Kids Painting Again? Because They Think It’s a Good Idea》(이하 《Vera Verto》)의 제목을 옮기면 “베라 베르토: 어째서 디지털 키즈들은 다시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로 풀이된다. 부속된 긴 소제목은 비평가 얀 베르워트의 글로부터 인용한 것으로, 원문의 ­­­­제목은 “어째서 개념주의 예술가들은 다시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가? 왜냐하면.. 공감수 11 댓글수 1 2020. 5. 17.
  • 0⥃0, 혹은 투명한 몸과 뒤집힌 세계 0⥃0, 혹은 투명한 몸과 뒤집힌 세계 함윤이 《범퍼! Bump!》 설치 전경 몸들은 부딪칠 때 가장 재미있다. 부딪치는 일은 천천히 사라지는 것, 또한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범퍼! Bump!》(이하 《범퍼》)의 영상들은 서로 만나고 충돌하며 자신의 경로를 찾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전표처럼 놓인 한 쌍의 영상 작품들이 총 다섯 줄, 한가운데로 틈새를 만들면서 천장에 걸려 있다. (가장 마지막의 와 만은 예외적으로 서로에게 보다 가까이 접해 있다.) 입구를 등지고 서면 오른쪽 행이 이소정의 작품들, 왼쪽은 박세영의 작품들이다. 나란히 걸린 한 쌍의 영상들은 서로 간의 느슨한 연계 속에서 함께 설치되었다. 위캔드의 전시 공간은 한 덩어리로, 분리된 영역 없이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열.. 공감수 5 댓글수 0 2020. 5. 17.
  • 연금술사로서의 조각가 연금술사로서의 조각가 최하늘 1. 모더니즘을 조금 더디게 수용한 한국 현대미술은 서구의 방식을 나름대로 소화시켜가면서 일군의 뛰어난 작가와 기획자에 의해 꾸역꾸역 발전의 방향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동시대성을 획득한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다소 길을 잃은 모양새로 평가받곤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시장이 무너진 한국 현대미술이 오로지 관 중심의 공적 기금에 의존해 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취약한 구조의 공회전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또한 쉽게 개선될 수 없다는 점 역시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한국 현대미술이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국내.. 공감수 11 댓글수 0 2020. 5. 17.
  • 소리-조형의 청취 환경에 대해서: BLE의 두 공연과 관련된 잡담 BLE의 두 번째 기획, 《공간을 투사하는 몇 가지 방향》 포스터(https://twitter.com/ble_exh/status/1142376396062257153) 음악을 듣는다는 경험은 시대의 변화, 특히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발맞춰 바뀌어 온 경험 양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분야에 있어 가장 유명한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소니가 1979년에 출시했던 워크맨(Walkman)을 빼놓을 수 없다. 워크맨은 헤드폰을 꽂아 듣는 카세트 레코더로,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여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할 것도 없이, 워크맨의 특징은 소형화된 장치를 통해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동적인 청취 환경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 있다. 이처럼 세상으로부터 동 떨어진 상태로 청취하는, ‘혼자 듣기(Listening.. 공감수 1 댓글수 0 2019. 8. 19.
  • 후추는 떠났고, 후추 엄마는 존나 괴롭다: 김아람 개인전 《도브맘(Dovemom)》 리뷰 《도브맘(Dovemom)》 전시 포스터 작가 김아람은, 개인전 《도브맘(Dovemom)》을 통해 ‘도브맘’으로 행세하기로 결심한다. ‘도브맘’이 대체 무엇인가 하면, 말 그대로 ‘비둘기 엄마’라는 뜻인데,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의문이 있겠지만, 일단은 ‘도브맘’이 되고자 하는 김아람의 계획이 《도브맘》에서 어떻게 성취되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도브맘’이 되기 위한 김아람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비둘기를 포획한다. 비둘기를 진료한다. 비둘기에게 건강상의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숙소로 데려간다. 비둘기에게 이름을 주고(“후추”), 5일간 동숙한다. 동숙이 끝나면 포획한 장소를 찾아가 방생한다. 이 과정에서, 김아람이 취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기록된다. 전시는 이 기록을 바탕으.. 공감수 12 댓글수 0 2019. 6. 17.
  • 내가 올해의 《취미관》에서 응원하고 싶은 것들 + 《취미관》을 둘러싼 이야기들에 대해서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 포스터 2018년 12월 19일부터 2019년 4월 21일까지, 취미가는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을 다시 연다 – “132명(팀)의 특별한 에디션, 작업의 부산물, 작품과 굿즈, 소장품, 특별히 선별된 물품을 4개월간 선보”인다. 첫번째 《취미관》이 열린 것은 2017년이었다. 2018년에 열려서 2019년까지 지속되는 두번째 《취미관》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공간 취미가의 독립적 아트 페어 같은 게 되어서 어떤 연속성을 가지게 된 듯 하다. (물론 기금은 받는다.) 허나 올해의 《취미관》과 2017년의 《취미관》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두 《취미관》은 지속성이 다르다. 2017년의 《취미관》이 단 4주의 시간에 불과했다면 18-1.. 공감수 1 댓글수 0 2019. 3. 15.
  • <취미관> 코멘터리 - 장식화된 세계에서 장식-되기를 수행하며 비(非)장식이 되는 '굿즈'의 매체적 전환 코멘터리 - 장식화된 세계에서 장식-되기를 수행하며 비(非)장식이 되는 '굿즈'의 매체적 전환 권시우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 전경 (출처 : '취미가 趣味家' 트위터 공식 계정, @tastehouse_info) 올해로 2회 째인 은 전시공간인 ‘취미가’의 주력 프로그램이다. ‘취미가’는 현재 2층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일련의 전시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본래는 ‘굿즈’를 판매하기 위한 1층의 “작은 상점”으로 시작된 공간이다.1) ‘굿즈’라는 형식은 (지금은 다소 모호해진) ‘취미가’의 정체성을 대변하며, 그런 의미에서 은 ‘취미가’의 운영진들의 기획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행사 혹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성행한 만다라케와 렌탈 케이스의 형식을 참조해 제작한 유리 케이스, 즉 ‘굿즈.. 공감수 1 댓글수 0 2019. 3. 14.
  • 2019년의 국립현대미술관에게 바라는 이야기들 구글 스트리트 뷰로 바라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 언젠가, 어디선가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하면 힙스터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한 기분이 되었던 적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힙스터요…? 힙스터 농담이라는 게 이제 얼마나 쑥스러운 것이 되었는지에 대해 상기하기에 앞서, 그 지루한 허허벌판에 무슨 세련미가 있다고 그런 소리가 떠도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종류를 막론하고, 현재 공간은 ‘인증샷’을 위한 배경 역할을 하느라 1차원적으로 소비된다. 이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공간적 경험은 파편화되는 한편 균질화되는데, 서울에는 이제 해상도가 적당한 각종 공간이 많고 그러므로 미술관이 차지할 수 있는 입지라곤 그저 소박한 것으로 보인다. 개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공적 입지의 거대 미술관이 .. 공감수 6 댓글수 0 2019. 3. 7.
  • 고장을 위한 회화 실험 키트 관찰 보고; 유지영의 《엎지른 물 Spilled Water》을 보고 《엎지른 물》 전시 전경 (사진: 윤병주) 합정동 인근의 갤러리, ‘레인보우 큐브 Rainbow Cube’는 가택을 고친 모양의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선 작년 한 해 ‘처음의 개인전’이라는 작은 공모를 열었는데, 공모는 아직 개인전을 열어본 적 없는 이력의 작가에게 “처음의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공간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유지영은 2018년, 이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것은 작가가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관여한 첫 번째 전시였다. 개인전의 제목은 《엎지른 물 Spilled Water》이었는데, 전시 리플렛에 포함된 정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엎지른 물’의 경위란 다음과 같다: “물과 컵. 물은 컵이라는 물리적 기반에 담겨있음으로써 존재.. 공감수 4 댓글수 0 2019. 2. 27.
  • <디폴트Default>, 사용자 모델을 재구성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전략들 , 사용자 모델을 재구성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전략들 권시우 포스트 인터넷 아트는 사용자의 보편적인 경험을 현실 내외에서 재현하는 데 천착했지만,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다변화했고 재현의 문법은 이를 수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디지털 기반의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어 세대적인 담론을 구성한 시점은 포스트 인터넷 아트의 전제가 무효화된 이후로 설정해야할 것이다. 이를 얼마만큼 자각하고 있었는지와 별개로, 신생공간이 활성화됐던 당시에 활동했던 몇몇 작가들은 자신이 체감하고 있는 사용자 경험을 동력 삼아 작업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재현의 문법과는 미묘하게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이를테면 분명 디지털 이미지에 착안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원본과는 전.. 공감수 1 댓글수 0 2019. 2. 8.
  • <GRAY: 더 그레이쉬 미러 비트윈 블랙 앤드 화이트> 박정우 M.칼리니스쿠는 모더니티의 다섯 얼굴Five Faces of Modernity(1987)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거짓의 시대Decay of Lying(1889)’를 인용하며 모더니티와 키치의 관계를 비평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한때 자연이 예술을 모방했고, 마치 어떤 일몰은 코로Corot의 그림처럼 보이게 되었다면, 오늘날 자연은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워지고자 대량생산된 복제화를 모방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이다. 풍경을 감상하는 수용자의 관점에서 실재와 재현의 매개 관계를 뒤집은 이 역설법은 디지털이 시각적 경험에 관한 모든 프로세스를 하이퍼리얼하게 재매개한 현재의 시점에 적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발생시킨다. 디지털이미지는 이미지로 하여금 무엇을 모방하게 만드는가? 장.. 공감수 1 댓글수 0 2018. 10. 10.
  • 무대화된 공간에서 장식 아닌 것들을 망상하는 방법 무대화된 공간에서 장식 아닌 것들을 망상하는 방법 권시우 *본 글은 '산수문화'에서 개막한 최하늘 개인전 의 전시 서문입니다. (http://sansumunhwa.com/choi-haneyl/) 1) 사용자 주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인식/인지하는데, 그 중 하나는 무엇이든 캡쳐하는 데 익숙한 사용자의 ‘눈’에 의지하는 것이다. 2) 당신은 특정한 공간을 경험하는 와중에,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인칭의 시야 속으로 수렴하는 공간을 바라보는 와중에 불시에 어떤 이미지를 캡쳐한다. 캡쳐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순전히 조건반사적으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필기하는 대신 머릿속의 데이터 센터에 이미지를 저장해뒀을 수도, 말 그대로 ‘인스타 각’이었을 수도, 기타 등등, 의도는 종잡을 수 없다. 그 결과 .. 공감수 3 댓글수 0 2018. 9. 27.
  • 역사를 관통하는 '눈' 역사를 관통하는 '눈' 이양헌 *아트인컬쳐 2018년 8월 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위대한 역사(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인간이 만든 가장 특수한 개념체로서, 그것은 원래 시작과 끝이 정해진 닫힌 텍스트였으며 그 결말에는 언제나 ‘신’이 설정한 궁극의 구원이 쓰여 있다고 전해진다. 이 예정된 섭리는 계몽주의와 실증주의 사관이 등장한 이후에도 소거되지 않고, 절대적으로 낙관적인 그러나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로 투영되어 세속화된 채 구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보를 향한 이 목적론적 매개-고리가 끊어진 건 아마도 유토피아적 열망으로 구축되었던 사회주의 체제가 베를린 장벽과 함께 완전히 무너진 이후일 것이다. 역사가 이미 그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 그리고 대사건이 모두 소진..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9. 11.
  • 예술과 윤리를 나누는 이분법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예술과 윤리를 나누는 이분법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홍양무현(맥주) 예술과 윤리를 나누는 이분법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2002년1) 11월 아라키 노부요시의 전시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2)가 열렸고, 2003년 2월에 [Anti Araki 전]3)이 열렸다. 2008년 4월 김홍석의 전시 [밖으로 들어가기]4)의 퍼포먼스 및 설치 작업 5)가 공개되었고, 그에 따른 안티퍼포먼스6)가 같은 해 5월에 진행되었다. 안티아라키전의 주체는 ‘영 페미니스트 미술가 연대’7), 안티퍼포먼스의 주체들은 ‘민주성노동자연대, 성노동네트워크, 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 팀, 인터넷 공지를 보고 온 개인 참가자’ 등 다양했다. 영 페미니스트 미술가 연대는 [소설 서울,.. 공감수 5 댓글수 0 2018. 8. 18.
  • 여성에 대한 폭력 지우기, 예술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나 여성에 대한 폭력 지우기, 예술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나 박혜정반성착취 운동가, 자유기고가 https://twitter.com/hapjungjigu/status/1009013568950362113?s=19 얼마 전 메루메루라는 트위터 이용자의 자살로 트위터가 떠들썩했다. 메루메루는 21살의 여성으로, 생전에 “저는 성노동을 너무 사랑하는 성노동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본인 블로그에 올렸었고 트위터 상에서 “자살해서 트위터계의 아이돌이 되고싶다”라는 말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올해 봄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퀴어방송’이라는 팟캐스트에서는 4월에 제 96화에서 ‘메루 추모 특집’을 방송했고 작가 한솔은 최근 (이진실 기획, 합정지구)라는 전시에서 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작품을 전시했다. 나는 반성.. 공감수 76 댓글수 3 2018. 7. 30.
  • 전시의 바깥의 바깥의 바깥 전시의 바깥의 바깥의 바깥 황재민 * 이 글은 전시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을 기획한 이양헌 기획자의 청탁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무대의 막이 걷힐 때 연극이 시작된다. 연극이 종료되면 막은 내려간다. 막이 내려가 있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막과 무대는 극 속 환상과 극 바깥 현실을 구분한다. 극장은 꽤 많은 규칙을 지닌 공간이지만, 기본적인 규칙 중 몇 가지를 꼽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1990년 카트린 메스너Kathrin Messner와 요세프 오트너Josef Ortner에 의하여 결성된 비엔나의 예술 단체 ‘뮤지엄 인 프로그레스 museum in progress’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방화막Safety Curtain》이라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6. 25.
  • 《호버링 Hovering》스케치 - 폐허의 유령이 실은 오늘의 슬기로운 젊음 《호버링 Hovering》스케치 - 폐허의 유령이 실은 오늘의 슬기로운 젊음 황재민 2009년 열렸던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의 주제는 ‘세대적인 것The Generational'이었다. 로렌 코넬Lauren Cornell과 로라 홉트먼Laura Hoptman, 그리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가 기획을 맡았던 이 트리엔날레의 이름은 《예수보다 젊은Younger Than Jesus》으로, 예수가 죽었다고 알려진 나이인 33세 아래의 나이로 한정된 작가들이 총 50명 참여했다. 이 전시에 설정된 유일한 조건이 단적으로 표현하듯,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젊음, 그리고 그 젊음을 바탕으로 한 범주로서의 세대였다. 현대적 미술을 인양해온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젊음은, 이 트리엔..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3. 12.
  • <난 마돌>과 <업로드 유어 데스티니> : ‘유닛’의 뒤편은 어디에?(2) 과 : ‘유닛’의 뒤편은 어디에?(2) 권시우 유닛이란 어떤 주체가 소위 디지털계와 동기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계정이다. 이때의 계정은 한 가지 모델로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 주체의 편의에 따라 혹은 사용자 주체가 접속하고자 하는 영역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김희천이 에서 스마트 워치에 저장된 위치 데이터를 매개로 죽은 아버지의 존재를 사후적으로 가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유추해낼 수 있는 유닛은 한때 아버지와 인터페이스 상에서 일시적으로 동기화됐던 GPS객체다. 다른 한편 강정석은 에서 비디오게임의 플레이어가 게임 내 캐릭터 및 세계를 운용하기 위해 활용하는 주변기기에 대해서 언급하며, 게임 내 캐릭터가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게임 외부의 플레이어와 불완전하게 매개된 유닛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3. 3.
  • <바벨>에서 <홈>까지 : ‘유닛’의 뒤편은 어디에? 에서 까지 : ‘유닛’의 뒤편은 어디에? 권시우 김희천의 바벨 3부작(, , )은 일련의 작업들에 선행하는 거시적인 세계관에 의해 운용된 결과라기보다, 1부인 에서 암시하고 있는 파국의 정서를 단서 삼아 이를 토대로 어떤 세계관을 가설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바벨의 세계관은 조건반사적으로 구술해낸 이야기의 구조에 가깝다. 은 서울의 어딘가에서, 서울을 경험하는 와중에 엄습한 불길함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캐묻는 대신, 그것을 섣불리 파국으로 얼버무리고 이를 내러티브 전개를 위한 발단으로 삼는다. 달리 말해 의 내러티브는 서울은 이미 망했다, 라는 성급한 문장으로 서두를 뗀 뒤 ‘왜?’가 아닌 ‘어떻게?’를 동력으로 삼아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화자의 사적인 플롯은 서울-어떤 .. 공감수 1 댓글수 0 2018. 2. 5.
  • <디지털 플랫폼은 비평의 대안적 모델> 이양헌 *아트인컬처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비평을 하나의 순환하는 계절이라고 가정해보자. 그것은 비평이 어떤 계절들을 지나왔고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한 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비평은 적어도 두 개의 계절을 지나왔다. 처음에 그것은 입말의 세계로서, 개인의 음성이 공론을 통해 일반적 의지에 닿을 수 있는 자율성의 공간이었다. 이는 신분과 위계, 정체성을 무화시키는 말의 향연 혹은 열린 공론장으로서 다원주의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계절에서 비평은 강력한 엘리트주의 아래 담론의 헤게모니를 독점하고 소수의 비평가가 카르텔을 형성하는 텍스트로서의 비평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하나의 텍스트는 아카데미, 저널, 파라텍스트(paratext)에 의해 비..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2. 4.
  • 시시한 세상의 참된 그림 : 이상훈의 작업에 대하여 시시한 세상의 참된 그림 : 이상훈의 작업에 대하여 황재민 이상훈의 평면은 많은 것을 발화한다. 그가 그려내는 각종 도형은 암호와 기호와 정보 사이를 오가며 화면 위로 압착된다. 이 과정에서 그리기와 회화라는 미디엄은 분절되어 다루어지고, 관습과 규칙의 형태로 미디엄을 구성하는 기억 혹은 기준 따위는 쪼개져 화가가 새롭게 리부트해 구축한 시점 아래 (재)조망되고 또 정렬된다. , 2016-2017, Acrylic on stretched pre-sized linen canvas, 78 x 52cm(http://www.313artproject.com/exhibition/past-exhibition/2017-exhibition/sanghoon-lee-solo-exhibition-two-tables/) 그러나 ..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1. 29.
  • <망가진 이미지, 망가진 공간, 망가진 회화> 권시우 동시대 회화는 어떤 이미지를 출력해낼 수 있을까? ‘동시대’라는 수식은 지금의 파편화된 시공과는 부합하지 않으므로 별다른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당면한 현실이 있고 모든 매체가 그러하듯 회화는 그와 무관하지 않다. 동시대의 어감이 생소하다면, 차라리 막연하게 계속되는 오늘이라고 호명해보자. 국내 미술의 ‘오늘’을 재고하기 위해선 2015년 전후의 타임라인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비평적 개요가 미비하므로 지금 당장은 그로부터 불거진 몇몇 작업적 징후들을 솎아내 대강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뿐이다. 신생공간은 일련의 전시와 작업들을 통해 포스트 폐허라 할 만한 환경과 점차 동기화됐고, 그 결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일변시켰다. 이를테면 관련한 몇 가지의 질문들..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14.
  • 미술은 취미가 되어야 하는가? "<취미관>이라는 4주의 시간"을 향한 에세이 미술은 취미가 되어야 하는가? "이라는 4주의 시간"1)을 향한 에세이 황재민 마포구에 위치한 예술 공간 취미가에서 4주간 진행된 은 변칙적 성격을 갖는 전시장으로서 때에 따라 갤러리, 그리고 아트샵이라는 이중적 자세를 취하는 취미가의 운영을 압축/확장하여 제시한 행사/전시였다. 총 서른하나의 작가 및 단체가 참가한 이 전시는 머릿수로 보자면 대규모 기획전을 방불케 하였으나 디스플레이된 모양새는 그렇지 않았다. 보통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는 취미가의 2층은 큰 규모의 전시를 하기에 좁은 공간이고, 그렇기 때문에 참여한 작가들은 본인의 작업을 출품하기 위해 정해진 크기의 유리케이스를 배당 받았다. 작가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해당 상자의 사이즈로 정해졌고, 작가들은 그곳을 꾸미고 활용하면 되었다. 이처럼 이라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8.
  • <취미가와 취미관 이후의 ‘굿즈’> 권시우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 전경. 취미가 트위터 공식계정(@tastehouse_info)에서 발췌. “은 유리 진열장이라는 아주 작은 공간을 미술가들에게 제공합니다. 이 진열장은 축소된 전시공간이기도, 상품을 장식하는 투명한 큐브, 한 사람이 선택한 미감의 파편이 되기도 합니다.” _취미가 트위터 공식계정(@tastehouse_info) 트윗 중 취미가에서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진행한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이하 )은, 표제에서 유추할 수 있듯 “‘미술’에 대해 고민하고 수집하고 정리하고 유통하며 ‘미술’을 이야기”1)한다는 전제 하에 특히나 작업의 유통 방식에 초점을 맞춘 취미가라는 공간과 연속선상에 있다. 공간 운영진과 행사 기획진의 멤버 구성이 유사하다는 사..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1. 8.
  • 이환희 개인전 <Gambit> 리뷰 이환희 개인전 리뷰 황재민 이환희 개인전 전시 전경 (http://fanheelee.com/works.html) 이환희는 활용하는 매체의 한계나 법칙에 몰두하는 종류의 작가다. 이전 세기의 추상 미술에 있어 추상을 하나의 매체로 정의하고 법칙을 재설정하는 행위는 추상의 궁극적 형태를 위한 비평적 소실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평면성’이라고 정의내리고 설명한 그 소실점은 추상 미술의 역사에 있어 제약이자 동력이었고 지지를 받은 만큼 비판/극복되었다. 지금도 그린버그의 평론 활동은 추상 미술이라는 매체에 대한 논평 중 가장 인상깊은 것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환희가 추상을 전개하며 사용하는 몰두는 이미 지나간 개념을 굳이 재활용하는 듯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10. 16.
  • 회화/괴물의 어떤 형태에 대해서 : 심혜린 개인전 <촘촘하고 반짝이는 연대> 리뷰 회화/괴물의 어떤 형태에 대해서 : 심혜린 개인전 리뷰 황재민 근래 몇 년간 전통적 매체가 부상하고 새로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도 뒤따랐다. 이를테면 거기에는 미술의 오랜 형태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을, 그리고 지난 동시대 미술의 매체 형식에 적응하지 못했던 자신의 보수적 감수성을 고백하며 귀환한 매체를 환영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런 매체들, 그 중 특별히 추상화가 경매 시장에서 흥행함에 따라 양산되는 추상적 이미지들을 ‘좀비 포멀리즘’이라고 부르며 우려를 표했던 의견도 있었다. 새로운 추상이 마구잡이로 양산되며 이미지 차원에서 닳아 사라진다는 문제를 제기했던 평자들은 이와 같은 양적 팽창이 가능한 시대의 스타일을 마구잡이로 섞어 거의 무의미한 것으로 쇠퇴시킨다는 점, 또.. 공감수 0 댓글수 0 201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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